제 나름으로 괴물과 사투를 벌이지만 그 과정은 때때로 웃기고 시종일관 눈물겹다. 어쩌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이들이 가족을 위해 용기를 냈다는 사실만으로 ‘가족’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더 거창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괴물>은 그런 영화이다.
<괴물>은 제작비 100억 이상이 투입된 영화이다. 제작규모에서 소위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에 속한다. 그렇지만 한국영화 계보에서 <괴물>의 위치를 짚자면 ‘가족영화’에 더 맞다. 영화 <괴물>을 거대하게 만든 힘은 제작규모가 아니라 바로 소박한 가족의 힘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박강두(송강호) 가족은 한강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평범한 가장이다. 아버지(변희봉)와 함께 매점을 운영하는 박강두는 손님에게 내갈 오징어 다리를 슬쩍 하고, 애지중지하는 중학생 딸 현서(고아성)에게 새 핸드폰을 사주기 위해 아버지 몰래 컵라면 통에 푼돈을 모은다.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부족하다면 부족하고 족하다면 족한 이 남자가 자신의 눈 앞에서 괴물이 딸을 납치해 가는 광경을 목격한다.
시작이 이러하니 <괴물>이 기존 할리우드 영화였다면 박강두의 가족은 점점 더 ‘영웅’으로 변모했으리라. 그런데 <괴물>의 주인공들에게 변신은 없다. 본격적인 ‘현서 구출작전’이 펼쳐지면서 각자의 숨은 실력이 나올 듯 하지만 그저 딸 혹은 손녀 또는 조카인 현서를 직접 구하겠다고 나선 피해자 가족 그대로일 뿐이다.
그렇게 이 가족들은 괴물 앞에서 나약하고 무기력하다. 그러나 관객 앞에서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이 못 말리는 가족의 힘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이된다. 그 힘은 타고났거나 하루 아침에 주어진 능력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살 맞대고 살아온 가족끼리의 사랑, 미움, 증오, 그리고 분노가 빚어내는 위력이야 말로 어떤 특수효과 보다 ‘세다’.
이런 이야기와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블랙유머이다. 무엇보다 <괴물>은 관객들이 보는 재미와 생각하는 재미를 어느 지점에서 느껴야 하는지를 제대로 조율한다. 특히 괴물에게 참변을 당한 유가족들이 모인 합동분향소 장면과 미군조사 담당관의 그로테스크한 설정은 블랙유머가 빛나는 부분이다.
그건 그렇고. 이러네 저러네 해도 역시 <괴물>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괴물’ 그 자체이다. 괴물이 첫 등장하는 장면은 ‘압도적’이다. 이 정도면 사전 정보로 충분할 것 같다. 굳이 다른 영화와 비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고질라가 에일리언과 얼마나 다른지 한번이라도 비교하면서 영화를 관람한 관객이라면 모를까, 그런 비교는 부질없다.
오히려 얼마나 이 괴물이 그 자체에 충실한지가 관건이다. <괴물>에 등장하는 괴물 역시 괴물의 본능에 충실하다. 한강 다리에 매달린 괴물의 아크로바틱 액션을 떠올려 보라. 영화의 공간이면서 현실의 공간이기도 한 2006년의 한강에서 튀어나온 괴물은 기괴하면서도 서글퍼 보인다. 현실과 상상의 조합은 교묘히 슬픈 진실과 마주하게 한다. 괴물과 슬픔은 맞닥뜨리기 전까지 그 위력을 깨닫지 못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